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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코로나와 여성] 코로나가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by 옴썬a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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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보건 분야의 분투가 한창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만든 사회적 변화도 간과해선 안된다. 코로나19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에 특히 가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여성기구 마리아 홀츠버그 인도주의및재난위험 특보는 "위기는 항상 성차별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창궐이 아시아 여성들을 괴롭히는 다섯가지 측면을 짚어봤다.

1. 휴교

"아이들과 함께 3주 넘게 집에 있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기자인 성소영씨는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새 학기 시작을 2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아이들은 3월 23일까지 학교를 가지 않게 됐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휴교 조치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집에 머물고 있다

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한국, 중국, 일본에서만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는 2억5300만명 이상이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치는 어머니가 더 많은 육아 부담을 짊어진 동아시아 국가 여성들에게 더 가혹하다. 성씨도 우울감을 호소했다.

성씨는 "솔직히 집에서는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사무실에 나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주 수입원인 남편이 휴가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성씨의 11살 난 딸과 5살 난 아들은 게임과 영화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잠든 뒤에야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휴가나 휴직을 하고 있다

그의 상황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직장 내 성평등 수준은 매우 낮다. 한국은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면에서 155개국 가운데 127위를 차지했다.

성씨는 휴교 조치로 육아를 하느라 출근을 못하는 여사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말은 안해도 워킹맘들이 경쟁심이 부족하다면서 짐처럼 취급하는 회사들이 여전히 많아요. 아이만 없어도 출근은 문제가 아닐텐데 말이죠."

일본 정부는 휴교 조치로 육아를 하느라 유급휴가를 낸 직원들에 대해 하루 최고 80달러(약 9만5000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부모들을 위해 탁아소와 방과후 교실은 운영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휴교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소상공인 나쓰코 후지마키 다케우치는 "휴교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워킹맘의 부담만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제 사업도 어려워요. 하지만 다른 큰 기업이 경제적 피해를 본다면서 받는 지원 같은 건 저희한테 없죠."

 

2. 가정폭력

중국 인권운동가들은 중국인 수백만 명이 실내에 머물면서 가정 폭력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활동가 궈 징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으로 이주했다. 그는 격리된 이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부모 사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에 관한 문의들을 개인적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화를 건 사람들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 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허난성의 활동가 샤오 리는 BBC에 먼 친척이 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도움을 청했다며 걱정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일찍이 그 친척 여성이 마을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경찰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동생이 운전한 차량을 타고 그 친척 여성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소개되는 것처럼, 일부 여성들은 사람들이 가정 폭력을 목격하고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AntiDomesticViolenceDuringEpidemic(역병중가정폭력반대) #疫期反家暴(역기반가폭)과 같은 해시태그 운동도 한창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 이 해시태그는 무려 3000번 이상 사용됐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여성인권단체 웨이핑의 펑 위안 국장은 "격리 조치가 있기 전에 비해 가정 폭력 피해 상담이 세 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전염병을 핑계 삼아 가정 폭력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엔여성기구는 기존 여성을 지원하던 자원들이 코로나19 발병 억제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홀츠버그 특보는 "일상적인 건강검진이나 성폭력 지원 등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서비스의 자원도 코로나19에 동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3. 일선에 선 의료인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보건 사회분야 노동자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중국 언론은 코로나19 사태 최전방에서 일하는 여간호사들의 성자 혹은 전사로서의 면모를 극찬해왔다.

그렇다면 정작 이들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간호사들의 영웅담과 함께 과로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다

간쑤성 출신 여성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발병을 막고자 집단으로 삭발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였다. 최근 유산을 겪고도 다시 업무에 복귀한 임신 9개월차 의료인 이야기도 선전에 이용돼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지난달 BBC는 병원 직원들이 10시간 교대 근무 중에 음식을 먹거나 쉬거나 화장실에 갈 수 없다고 털어놓은 한 간호사를 인터뷰했다.

그의 이름은 장 진징. 그에 따르면 모든 병원 직원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데, 여성들은 또 다른 차별을 받고 있다. 바로 여성의 생리에 필요한 지원이 전무했던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후베이성 최전방 근로자들에게 여성 위생 용품을 전달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시스터 서포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수만 명의 여성 의료 종사자들에게 생리 용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해당 캠페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크게 회자된 뒤에야 중국 여성개발재단이 여성 의료인들에게 생리용품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웨이보 페이지에 "2월 28일 현재 생리용 속옷 48만1377벌, 일회용 속옷 30만3939벌, 생리대 8만6400개가 기증됐다"고 남겼다.

 

4. 이주 가사도우미

홍콩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여성만 약 40만 명. 대부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이 여성들은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서는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송금한 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홍콩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근무하는 신시아 압돈 텔레스 국장은 "마스크 사재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올라 이주 노동자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이주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마스크를 받는 건 아니에요. 자비로 마스크를 사는 경우도 많은데, 너무 비싸죠. 고용주에게 마스크를 받더라도 마스크 하나로 일주일을 버틸걸요."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에카 셉티 수산티는 BBC인도네시아에 이렇게 말했다.

압돈 텔레스 국장은 고용주에게 마스크를 받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단체 차원에서 마스크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영사관이 무료로 마스크를 배포했지만 충분치 않아요. 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마스크 세 개를 얻을 수 있죠. 일주일에 적어도 마스크 여섯 개가 필요한데 말이죠." 홍콩 이주노동자협회 스링 스링가틴 회장은 말했다.

홍콩 정부의 권고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기도 했다. 정부는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오염 가능성을 줄이고자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에도 실내에 머물 것을 강조했다.

이에 가족 등 사랑하는 이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소통할 시간을 잃었다. 또 이들에 대한 노동착취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홍콩 주재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에 무료 마스크를 얻기 위해 줄서있다

"외출이 금지돼 쉬는 날 집에 머무르는 이주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어요." 스링가틴 회장은 말했다.

"그들은 쉬는 날에도 고용인을 위해 요리하고, 고용인의 아이나 부모를 돌보고 있어요. 추가 임금은 없죠. 하루 휴일를 요구한 사람들은 해고 위기에 처했어요."

영향을 받는 것은 여성만이 아니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외국에서 일하는 가족들이 보내온 돈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개인 송금액은 2019년 335억달러(약 40조157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NG은행 마닐라지점 니콜라스 마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송금한 금액이 GDP의 약 9%를 차지한다"면서 "필리핀 경제에서도 바이러스의 영향이 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집안에 틀어박혀 각종 서비스업 수요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인이 주로 고용되는 산업이죠. 그래서 자국에 돈을 부치기가 어려워졌어요. 여행이 제한되는 등 이동성에도 영향을 줘 급여 지급이나 고용 안정도 위협받고 있죠."

5. 장기적 경제 영향

경제학자들과 정부는 세계 경제성장이 2009년 이래 가장 둔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방콕의 이 여성처럼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사람들이 외출을 중단하면 매출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런던 SOAS대 크리스티나 마아그스 강사는 "전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여행, 생산, 소비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남녀 할 것 없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여성들은 접대나 소매업, 기타 서비스 산업에 고용되는 경향이 있어 소비 둔화세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는 이어 중국에서는 많은 이주 여성들이 고용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일을 못하고 있다면 수입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회보장제도 없이 직장에 복귀해 잠재적으로 병에 걸리느냐, 아니면 다른 숙박 형태에 돈을 지불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거죠. 이도 저도 아니면 집에 머물면서 모아둔 돈을 조금씩 쓰면서 살거나요. 이런 상황이 여성들을 힘들게 하고 있어요."

미얀마와 같은 동남아 국가 여성들은 공장의 주요 노동자다

중국발 원재자에 의존하는 일부 동남아 의류 공장들도 문을 닫게 됐다.

미얀마 정부에 따르면 올 1월 이후 10개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다. 노동부는 모든 공장 폐쇄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폐쇄된 의류공장 직원이었던 마 칫 수는 BBC 버마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자신의 급여에 의존해왔다며 "보상에는 관심이 없다. 직업을 되찾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성여성기구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와 소상공인, 비공식 부문 종사자 등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모하메드 나시리 유엔여성기구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회복 차원에서 여성과 남성에 필요한 차등적 요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코로나19와 맞서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의료노동자로서, 과학자로서, 연구자로서, 지역사회 평화 구축자로서, 간병인으로서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인식해야 합니다."

 

출처 www.bbc.com